소리 없이 사라지는 교회
- 김세진 목사 -
새벽 4시 30분이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교회의 종탑 아래에 서서 줄을 당기며 12번의 종소리를 울렸습니다. 교회의 종소리에 어둠 속에 한 집 두 집 불이 밝혀지며 농촌의 하루가 시작됨을 보았습니다. 도시 개척교회들이 생겨나며 종탑의 종소리 대신 옥외 스피커의 찬송이 새벽을 도심의 새벽을 깨웠습니다. 그러나 새벽잠을 깨우는 공해라고 민원이 빗발치면서 교회의 새벽 종소리는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교회마다 십자가의 첨탑을 높이 올리며 붉은 십자가의 등을 밝히면서 한 신흥도시는 십자가의 수가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수면 장애를 일으킨다는 민원으로 지역 의회마다 조례를 만들어 십자가는 빛을 잃게 되었고, 최근에는 낙후된 십자가 탑을 위험 시설물로 여겨 철거하도록 지원하는 명분으로 행정 명령을 내려 옥상의 십자가 탑들이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고도성장에 따른 사회적 변화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풍조로 교회학교의 아이들이 급속히 감소하고, 코로나 방역지침으로 교회를 나오지 못하면서 교회학교가 아예 없어지거나 운영을 포기하는 교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의 교회를 지켜나가야 할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면서 고령의 신자들만이 빈자리를 바라보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성전이 허물어지면서 회당이 생겨나기 시작을 하였고, 회당이 회칠한 무덤처럼 생기를 잃어가면서 교회가 생겨났습니다. 이제 세속화된 교회가 사라지는 자리에 새로운 예배 공동체, 영성 공동체를 하나님께서 세우시며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도록 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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