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묵은 땅
- 김세진 목사 -
추수가 끝난 들녘에 쌓여있는 곡식 단을 보면 풍요로움을 느낍니다. 볏단이며 옥수수단이며 오곡백과를 널고 말리는 가을 풍경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앙상하게 남은 가지에 달려있는 붉은 감들을 보면 새들을 위해 남겨주는 주인의 넉넉함에 미소를 짓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아름다운 풍경은 옛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온통 비닐하우스로 덮인 들에는 그 속에서 유전자 조작으로 변형된 어떤 특수 작물들이 자라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유통 단계에서 손해를 보게 된 농민들이 출하를 포기해버린 채 서리가 내린 밭에는 다 자란 배추가 버림을 받고 그대로 시들어가고 있습니다. 아름답고 풍요로움을 주던 땅들이 투기와 욕심으로 얼룩져 잡초더미나 쓰레기 더미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이 사회의 묵은 땅은 우리의 욕심으로 변형된 사회 환경들입니다. 잘 살아보자고 한 땅에서 우리는 사회적 불신과 메마른 인심을 보게 됩니다. 순리로 쓸 것을 역리로 쓰면서 하나님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교회가 되어버린 이 시대의 교회는 사회적 불신과 무관심에 내 몰린 묵은 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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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묵은 땅
